한스 웨그너가 수채화로 그린 농가, 뮤지엄이 되다

덴마크 퇴네르에 문을 연 한스 웨그너 뮤지엄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 한스 J. 웨그너의 첫 독립 뮤지엄이 고향 퇴네르에 개관했다.

한스 웨그너가 수채화로 그린 농가, 뮤지엄이 되다

낮고 단정한 목재 의자, 등을 편안하게 감싸는 곡선, 장식보다 구조와 재료 자체의 미감을 드러내는 가구. 오늘날 우리가 덴마크 디자인’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뒤에는 한스 J. 웨그너(Hans J. Wegner, 1914–2007)가 있다. ‘의자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는 평생 3,000여 점의 가구를 디자인했고, 그중 200여 종은 지금도 생산된다.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목재의 본질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다루는 장인정신. 이 직관적이고 정직한 디자인 철학은 웨그너를 덴마크 모던 디자인의 대표 인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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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J. 웨그너(Hans J. Wegner, 1914–2007)

지난 4월 2일, 덴마크 남부 퇴네르(Tønder)에 ‘뮤지엄 웨그너(Museum Wegner)’가 문을 열었다. 퇴네르는 웨그너의 고향이자 디자이너가 되기 전 목수로서 기술을 익힌 곳이다. 뮤지엄은 퇴네르 외곽, 1445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헤스트홀름(Hestholm) 농가와 광활한 습지에 자리한다. 청년 시절 웨그너가 수채화로 남긴 풍경이다. 그가 처음 나무를 다루고 디자인을 배웠던 장소에 자신의 이름을 건 뮤지엄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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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웨그너가 수채화로 그린 헤스트홀름 농가 풍경 © Cobe

웨그너가 자란 풍경 위에 세워진 뮤지엄

뮤지엄 웨그너는 웨그너의 삶과 디자인을 조명하는 첫 독립 뮤지엄이다. 퇴네르에는 이미 물탑(Vandtårn)에 웨그너가 기증한 37점의 의자를 전시하는 공간이 있지만, 이 뮤지엄은 그의 작품을 넘어 디자인의 출발점이 된 장소와 건축, 풍경까지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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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웨그너 외관 © Jan Søndergaard

이번에 문을 연 공간은 전체 프로젝트의 1단계다. 기존 농가의 본채와 마구간을 활용해 800㎡ 이상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으며, 웨그너의 디자인 과정과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는 물론 카페, 뮤지엄 숍, 워크숍 공간을 갖췄다. 관람객은 잠시 머물며 공간과 주변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설계를 맡은 건축 스튜디오 코베(Cobe)는 건물의 오래된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뮤지엄의 구성 요소로 삼았다. 본채의 전통적인 초가지붕을 복원하고 마구간에는 새로운 지붕을 더했으며, 건물 곳곳에 개구부를 내 주변 습지와 초원, 숲과 물길이 실내에서도 보이도록 했다. 헤스트홀름의 역사와 풍경을 그대로 살리면서 뮤지엄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의자의 철학을 건축으로 옮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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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완공될 뮤지엄 웨그너의 3D 렌더링 © Cobe

웨그너의 디자인 철학은 뮤지엄의 건축에서도 드러난다. 그에게 의자는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는 물건이 아니었다.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균형 잡힌 형태를 이루고, 기능과 조형미가 함께 완성되어야 했다. 코베 역시 뮤지엄에 뚜렷한 ‘앞’과 ‘뒤’를 두지 않았다. 관람객은 정해진 정면을 바라보는 대신 건물 안팎을 오가며 여러 방향에서 공간과 풍경을 마주한다. 의자의 뒷면까지 세심하게 다듬었던 웨그너의 태도를 건축으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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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완공될 뮤지엄 웨그너의 3D 렌더링 © Cobe

재료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연결점이 있다. 목재는 웨그너 가구의 핵심 재료이자 뮤지엄을 이루는 주요 재료다. 코베는 전통적인 목구조 방식을 바탕으로 나무의 물성을 드러내고, 헤스트홀름 농가의 박공과 길게 이어지는 지붕선 등 지역 건축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웨그너가 가구를 만들 때 그러했듯, 건축에서도 재료와 구조를 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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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완공될 뮤지엄 웨그너의 3D 렌더링 © Cobe

지금 관람객을 맞이하는 뮤지엄 웨그너는 전체 프로젝트의 첫 단계다. 향후 약 5,000㎡ 규모로 확장될 계획으로, 기존 농가를 중심으로 두 개의 긴 목조 날개동을 새롭게 짓고 곡선형 연결부로 이어 하나의 건축군을 이룬다. 신축 건물은 필로티 구조로 습지 위에 들어서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보존하고, 전시 공간을 비롯해 도서관, 오디토리엄,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예정이다. 다만 2단계 신축의 착공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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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완공될 뮤지엄 웨그너의 3D 렌더링 © Cobe

목수에서 출발해 덴마크 모던 디자인의 거장이 된 한스 J. 웨그너. 그의 고향에 들어선 뮤지엄 웨그너는 작품을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래된 농가와 습지의 풍경, 목재와 건축,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주며 웨그너의 디자인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짚는다. 개관 두 달 만인 6월에는 코펜하겐에서 열린 3 Days of Design에 참여해 〈Balanced Principles〉전을 선보이는 등 퇴네르 밖으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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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be

의자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뒷면까지 들여다보던 디자이너의 철학을 건축으로 풀어낸 뮤지엄 웨그너. 앞으로 덴마크 디자인을 만나는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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