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세계관이 만났을 때, 오호스x헤리터 협업 컬렉션
오호스x헤리터 인터뷰
예상 밖의 조합으로 눈길을 끈 리빙 브랜드 헤리터와 패션 브랜드 오호스의 만남. 서로의 색을 섞기보다 각자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결투’라는 이름의 협업을 완성했다. 두 브랜드의 대표에게 협업의 시작부터 제품과 캠페인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루에도 수많은 협업이 쏟아지는 요즘의 디자인 씬. 이제 서로의 로고를 나란히 놓고 기존 제품에 몇 가지 요소를 더하는 것만으로는 새롭지 않다. 그러다 얼마 전, 쉽게 연결되지 않는 두 이름의 만남이 눈에 들어왔다. 리빙 브랜드 헤리터(HERITER)와 패션 브랜드 오호스(OJOS)의 협업이다.

헤리터는 한국의 전통적인 미감과 장인정신을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맞게 풀어내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생활 도구를 만들어온 브랜드다. 반면 오호스는 스포츠, 아웃도어 웨어에서 출발한 기능적 요소에 해체적인 구조와 페미닌한 감각을 더해 독보적인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두 브랜드의 만남은 흥미롭다. 리빙과 패션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만남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렇다. 협업 안에서는 한쪽이 상대의 색을 온전히 담아내는 바탕이 되고, 다른 한쪽은 그 위에 과감한 그래픽과 변형으로 화려한 그림을 그린다. 서로에게 맞추기보다 각자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어느 한쪽도 희석되지 않은 채 하나의 제품 안에 조화롭게 공존한다. 예상 밖의 만남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두 브랜드의 대표를 만나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제품과 캠페인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김예림 오호스 대표, 전주홍 헤리터대표

— 우선 두 브랜드가 함께 선보인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이번 협업은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만났을 때 생기는 긴장감을 ‘결투’라는 키워드로 해석한 프로젝트다. 보통 협업을 진행하다 보면 양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어느 정도 희석해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각자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바탕으로 깨진 파편이나 타깃 같은 그래픽을 활용하고, 헤리터의 절제된 오브제 위에 오호스의 구조적인 상상력을 더해 제품을 완성했다.
—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 브랜드의 만남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어떻게 두 브랜드의 만남이 성사되었나?
전주홍 이전부터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디자이너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유럽에서는 비트라(Vitra)나 헤이(HAY)처럼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해 제품을 전개하는 방식이 보편적인 반면, 국내 리빙 분야에서는 아직 이런 방식이 활발하지 않다고 느꼈다. 패션에서는 협업이 이미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자리 잡은 만큼, 헤리터가 리빙 분야에서 먼저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시도를 시작하기에 헤리터와 전혀 다른 영역과 감성을 지닌 오호스가 매우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김예림 오호스는 스니커즈 협업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전부터 라이프스타일이나 아이웨어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키친웨어를 전개하는 헤리터에 주목했다. 우리는 옷을 의식주의 기본요소가 아닌,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하나의 브랜딩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키친웨어 역시 새롭게 변형하고 스타일링할 수 있는 오브제로 바라봤고, 무엇보다 헤리터라는 브랜드가 가진 색이 워낙 독보적이어서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 헤리터는 전통을 재해석한 차분하고 정제된 이미지를, 오호스는 테크웨어와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한 강렬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브랜드에게 이번 협업은 꽤 과감한 시도, 즉 모험이라고 느꼈을 것 같다. 실제 협업 과정은 어땠나?
전주홍 헤리터와 비슷한 결의 브랜드와 협업한다면 과연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새로운 인상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오호스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었고, 고객층 역시 거의 겹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호스가 헤리터를 하나의 배경지처럼 삼아 디자인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맡겼다. 브레인스토밍부터 촬영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헤리터 내부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만큼 확실하게 오호스의 색을 헤리터에 입혀서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예림 두 브랜드가 워낙 다르다 보니 업무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충돌하기보다 서로에게 배우는 과정에 가까웠다. 특히 헤리터의 정교한 가이드라인이나 제품 개발 방식은 우리에게도 새로웠다. 그리고 작업을 진행하면서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했다. 오호스 역시 기능적인 요소와 디테일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편인데, 헤리터도 제품의 물성과 기능, 실용성과 사용성을 깊이 고민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느꼈다. 결국 분야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제품을 대하는 태도에는 분명 닮은 지점이 있어서 더 재밌었다.

— 그럼 이번 협업에 각 브랜드는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장 많이 녹이려고 했는가?
전주홍 강한 개성을 받아들이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 헤리터가 생각하는 미니멀함이다. 앞서 이번 협업에서 헤리터가 오호스의 ‘배경지’처럼 쓰였다고 표현했는데, 내부적으로는 오호스처럼 캐릭터가 강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을 때도 헤리터의 정체성이 희석되지 않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번 협업은 그런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기존 헤리터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형태와 그래픽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오호스의 디자인 언어를 최대한 온전히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촬영에서도 기존에 고수해온 헤리터의 방식과 스타일을 상당 부분 내려놓을 만큼 오호스의 색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김예림 오호스는 그래픽과 구조적인 변형 방식을 중요한 아이덴티티로 생각했고, 이를 제품에 적극적으로 담으려고 했다. 헤리터가 소재와 사용성, 제작 과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면, 우리는 오호스의 디자인 언어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 의류와 패브릭 제품에는 오호스 특유의 구조적인 변형 방식을 적용했고, 키친웨어에는 과녁이나 깨진 파편 같은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헤리터와 협업하면서 스테인리스나 내열 유리처럼 평소 오호스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물성을 실제 제품으로 다뤄볼 수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 헤리터와 오호스는 각자의 영역에서 뚜렷한 팬덤을 가진 브랜드다.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만난 만큼 타깃을 설정하는 과정도 남달랐을 것 같다. 이번 컬렉션은 어떤 사람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나?
이번 컬렉션을 출시하고 나서 가장 놀랍고 재미있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웃음) 두 브랜드가 가진 인플루언서나 팬덤 풀이 워낙 다르다 보니, 같은 컬렉션 제품을 각자의 방식으로 스타일링하고 전혀 다른 분위기의 콘텐츠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페르소나라고 한다면, 두 브랜드의 공통분모를 고민했다. 옷을 고르고 스타일링하듯 일상에서 사용하는 소품 역시 자신의 취향이나 태도를 표현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사람을 떠올렸다. 단순히 필요에 의해 생활용품을 구매하기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20대 중 후반 이상의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어떤 제품을 선보일지도 중요했을 것 같다. 이번 컬렉션의 상품군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앞서 이야기한 타깃과 연결해 상품군을 선정했다. 헤리터의 기존 제품을 모두 펼쳐놓고 함께 살펴보면서 이번 컬렉션에 어떤 제품이 적합할지 논의했다. 특히 결혼 전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를 떠올렸고, 누군가를 집에 초대했을 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취향을 보여주는 스타일링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골랐다. 그래서 작은 잔이나 1인용 테이블 매트처럼 혼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했다. 앞치마는 오호스가 기존에도 앞치마의 형태를 응용한 디자인을 선보여왔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번에는 이를 실제 앞치마로 만들어 하나의 착장으로 완성해보고자 했다. 이후 원하는 상품군과 실제 제작 가능성, 사용성 등을 함께 검토하며 최종 구성을 조율했다.


— 두 브랜드 모두 다양한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각자 협업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시너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예림 규모가 큰 브랜드나 기업과 협업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업무 방식을 배우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이후 여러 협업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매출이나 인지도 측면의 시너지에도 주목하게 됐는데, 이번에 헤리터와 작업하면서 다시 처음의 생각을 떠올리게 됐다. 패션과 전혀 다른 분야인 만큼 특히 제품 개발 과정에서 보여준 집요함이나 정교한 방식을 보면서 내부적으로 배운 점이 많았다.


전주홍 헤리터는 협업 제품 역시 단발성으로 화제를 만들고 끝나는 제품보다는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패션과 리빙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브랜드가 만나 일시적인 이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너지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두 브랜드의 고객층이 완전히 다른 만큼 서로의 브랜드를 새로운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 제품을 제작하면서 특히 신경 쓴 디테일이 있다면?
김예림 오호스의 의류는 하나의 제품을 여러 방식으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런 특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앞치마 양옆의 포켓에는 내열 소재를 적용해 오븐 장갑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포켓을 분리하면 별도로 판매하는 미니멀한 버전의 앞치마에도 부착할 수 있도록 사양을 맞췄다. 마치 레고처럼 각 요소를 분리하고 결합하면서 형태와 기능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두건 역시 냉감과 UV 차단 기능을 갖춘 소재를 사용했고, 머리에 쓰는 것뿐 아니라 끈을 활용해 백리스 톱으로도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의 제품이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도록 사용성과 기능을 설계하는 데 가장 신경 썼다.


전주홍 스테인리스 테이블 매트는 형태부터 그래픽까지 구현하는 과정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스테인리스 원재료가 큰 코일 형태로 말려 있기 때문에 절단 형태에 따라 휘어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번 테이블 매트는 일반적인 사각형이나 타원형이 아니라 커팅 라인이 상당히 복잡했기 때문에, 형태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바닥에 고르게 밀착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제조사와 계속 조율하면서 이 부분을 해결해나갔다.


레이저 마킹 역시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쳤다. 레이저와 스테인리스가 만나면 소재 자체가 반응해 색이 올라오는 방식이라 결과물의 편차가 큰 편이다. 오호스의 그래픽을 높은 밀도와 퀄리티로 구현하기 위해 기존 설비까지 조정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함께 출시한 플레이트 역시 실제 제품에 그래픽을 적용했을 때를 고려하며 세부적인 조정을 거쳤다. 과감한 형태와 그래픽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완성도로 구현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 캠페인 비디오 역시 흥미로웠다. ‘결투’라는 큰 콘셉트부터 총알, 메이크업, 화면 구성 등 세부적인 연출은 어떻게 기획했나?
김예림 비디오는 오호스가 제작을 맡고, 헤리터가 전체 과정을 함께 주관하고 참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획은 처음 두 브랜드가 마주했을 때 느낀 ‘완전히 다르다’는 인상에서 출발했다. 서로 다른 정체성이 하나로 섞이기보다 각자의 모습으로 공존하는 관계를 ‘결투’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자연스럽게 싸움이라는 장면을 떠올렸고, 과녁이나 깨진 파편처럼 강렬한 그래픽이 적용된 제품을 주방에서 사용하는 스타일링 오브제에 그치지 않고 액션 오브제로도 활용해보고 싶었다. 패션 브랜드인 만큼 식기를 정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기보다 패션 필름처럼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했다.
그래서 두 여성이 제품을 활용해 결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구성하고, 〈킬 빌〉을 비롯한 다양한 영화, 애니메이션을 참고해 스토리보드를 짰다. 플레이트를 날리거나 젓가락으로 총구를 막는 등 제품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액션을 넣었고, 이 장면들은 AI나 CG가 아닌 실제 스턴트 연기로 촬영했다. 메이크업 역시 기존 리빙 브랜드에서 흔히 떠올릴 법한 단아하고 클래식한 이미지를 피하고자 강한 포인트를 줬다. 화면비도 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도록 구성해 기존 리빙 제품의 캠페인과는 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 8월 27일에는 잠실 롯데몰에서 팝업 스토어도 예정돼 있다. 기존 팝업과 달리 특별히 주목할 만한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김예림 오호스에서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다양한 기프트와 이벤트를 제안했는데 헤리터에서 흔쾌히 받아들여줬다. 특히 이번 컬렉션의 ‘결투’ 콘셉트와 연결해 과녁을 활용한 참여형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제품을 보는 것뿐 아니라 직접 참여하면서 컬렉션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팝업이 될 것 같다.

전주홍 헤리터는 기존에 팝업을 진행할 때 별도의 이벤트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오호스에서 평소 팝업을 운영하는 방식과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해줬고, 함께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래서 기존 헤리터의 팝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될 것 같다. 공간에서도 이번 컬렉션과 오호스의 무드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각 브랜드가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제품이나 협업, 프로젝트가 있다면?
전주홍 오호스와의 협업은 한 번으로 끝내기보다 2차 제품까지 이어가고 싶다. 이번에는 기존 제품을 바탕으로 한 제품이 많았다면, 다음에는 설계 단계부터 함께 시작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머그와 소서 등을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헤리터는 하반기에 스위스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제조 영역도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체코의 제조사와 함께 높은 수준의 품질과 마감을 갖춘 제품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도 제조사와 디자인 스튜디오, 무형문화재 장인 등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하며 헤리터가 지향하는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를 더욱 높여가고 싶다.

김예림 오호스는 현재 해외 진출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다. 그동안 국내 지사를 중심으로 진행했던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도 본사와 직접 논의하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과 글로벌 시장으로 전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하이 쇼룸을 통해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고, 9월에는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월별로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으며, 헤리터와의 다음 협업 역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