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등장한 거대한 바위, 〈Iwagumi Air Scape〉

도시 한가운데 자연의 풍경을 펼치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 광장에 거대한 바위들이 등장했다. 호주의 아트·테크놀로지 스튜디오 이네스(ENESS)가 선보인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이와구미 에어 스케이프(Iwagumi Air Scape)〉다. 공기로 부풀린 구조물에 실제 암석을 연상시키는 질감을 더하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자연의 소리와 다채로운 조명을 결합해 도심 속 낯선 자연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시드니에 등장한 거대한 바위, 〈Iwagumi Air Scape〉
Iwagumi Air Scape by ENESS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Sydney Opera House) 앞 광장에 거대한 바위가 등장했다. 산속 깊은 곳에서 옮겨온 듯한 바위들은 높이 솟아 있거나 서로 기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가까이 다가가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수천 톤에 달하는 암석처럼 보이는 이 조형물은 실제로는 공기를 주입해 만든 가벼운 구조물이다. 호주의 아트·테크놀로지 스튜디오 이네스(ENESS)가 제작한 〈Iwagumi Air Scape〉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Wild Things’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인 대형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이다. 낮에는 거친 암석의 질감과 거대한 크기로 시선을 사로잡고, 해가 지면 내부에서 빛이 퍼져 나와 다채로운 색채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자연의 소리까지 더해져 도심 속에서 낯선 자연을 경험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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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gumi Air Scape by ENESS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탐구하는 스튜디오, 이네스(ENESS)

1997년 설립된 ENESS는 예술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인터랙티브 공공미술을 선보여 온 호주의 창작 스튜디오다. 설립자이자 아티스트인 님로드 와이스(Nimrod Weis)가 이끄는 팀은 조각, 텍스타일,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관람객과 작품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다. 정해진 위치에서 감상하는 조형물보다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 움직이고 반응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둔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전시장 밖으로 가져와 광장과 공원, 문화시설 등 일상적인 공공장소에 적용한다. ENESS는 기술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작품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에도 주목한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 역시 이들의 작업에서 중요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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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gumi Air Scape by ENESS

일본의 수중 정원에서 출발한 바위의 미학

작품의 제목인 ‘이와구미(Iwagumi)’는 일본어로 바위의 배치를 뜻한다. 수중 조경인 아쿠아스케이핑(aquascaping)에서 사용되는 돌 배치 방식으로, 일본의 아쿠아리스트(aquarist) 아마노 다카시(Amano Takashi)가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기와 형태가 다른 돌들을 배치해 자연의 산세를 표현하며, 각각의 돌이 이루는 균형과 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ENESS는 이러한 원리를 대형 야외 설치미술에 적용했다. 여러 바위가 하나의 풍경을 이루도록 구성하고, 표면에는 실제 암석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질감을 표현했다. 특히 공기로 부풀린 구조물이 묵직한 돌처럼 보이도록 만든 시각적 착시가 인상적이다. 단단하고 무거운 자연물을 부드럽고 가벼운 인공 구조물로 바꾸면서도 바위 특유의 형태와 존재감을 유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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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gumi Air Scape by ENESS

움직임에 반응하는 소리와 빛의 풍경

〈Iwagumi Air Scape〉는 관람객이 작품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바위처럼 보이는 구조물 사이를 걷다 보면 새의 지저귐과 개구리 울음소리, 산속 개울의 물소리 등이 들려온다. 미리 정해진 음악을 일방적으로 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의 소리가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적용했다. 시각적 경험도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햇빛 아래에서는 암석의 형태와 표면 질감이 두드러지지만, 해가 지면 조명이 켜지면서 조형물 전체가 색채를 띤다. 푸른색과 보라색 등으로 빛나는 거대한 바위들은 낮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시 기간에는 매일 밤 10시까지 조명이 유지돼, 낮에 작품을 경험한 관람객도 저녁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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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gumi Air Scape by 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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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gumi Air Scape by ENESS

이번 설치에서 주목할 부분은 작품이 놓인 장소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포어코트(Forecourt)는 흰색 지붕 구조물 아래, 오페라 하우스와 왕립 식물원(Sydney Royal Botanic Gardens) 사이에 자리한 야외 공간이다. 이곳에 등장한 거대한 바위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현대 건축과 자연에서 가져온 불규칙한 형태를 나란히 보여준다. 관람객은 바위 사이를 거닐면서 오페라 하우스의 외관을 평소와 다른 구도로 바라보게 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된 점도 작품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별도의 전시 공간에 들어가지 않아도 산책하거나 오페라 하우스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NESS는 익숙한 도시의 광장에 낯선 지형을 만들어 사람들이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을 바꿨다. 〈Iwagumi Air Scape〉는 공공미술이 주변 건축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장소에 새로운 경험을 더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글 김남은 해외통신원

자료 제공 및 협조 sydneyopera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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