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시간을 잇다, 통인동 두꺼비집

25평 대지 위에서 모색한 도시 한옥의 가능성

서촌의 좁은 골목, 25평의 부정형 대지에 낯선 한옥이 들어섰다. 노말건축사사무소와 온지음 집공방이 함께 설계한 2층 한옥 두꺼비집이다.

한옥의 시간을 잇다, 통인동 두꺼비집

서울 종로구 통인동, 나지막한 기와지붕들 사이로 붉은 벽돌을 덧댄 2층 한옥 한 채가 고개를 내밀었다.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정착한 영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함께 살아갈 집이다. 처가에서 남편을 부르는 별명 ‘두꺼비’에서 이름을 따 ‘두꺼비집’이라 지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동요 한 구절이 절로 떠오르는 정겨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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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는 노말건축사사무소와 온지음 집공방이 함께 맡았다. 전통 주거와 건축을 연구하는 온지음 집공방과 현대건축을 하는 노말은 마치 한 회사처럼 머리를 맞댔다. 두 팀이 구상한 것은 전통 한옥의 재현이 아니었다. 오늘의 생활 방식을 담으면서 한옥의 공간적 특성과 도시의 맥락을 이어가는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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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84.3㎡, 약 25평이다. 곰방대처럼 긴 꼬리가 달린 부정형의 필지로, 기존 한옥 역시 땅 모양을 따라 평면을 꺾어 좁은 대지를 활용했다. 하지만 변형과 훼손이 심해 보수하거나 재활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두 팀은 신축을 택하되 기존 건물의 배치와 동선을 이어받았다. 골목과 면한 북쪽 대신 서쪽에 진입로를 두고, 남향의 마당과 대청을 중심으로 집을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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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도 설계에 영향을 미쳤다. 주택가처럼 보이는 골목에는 카페와 식당, 한옥스테이 등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다. 사적인 주거 공간을 지키기 위해 기존 단층 한옥을 2층으로 새로 지었다. 연면적은 92.87㎡다.

쌓고 비우며 만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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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집의 설계 개념은 ‘쌓고 비우다’로 설명할 수 있다. 수직으로 층을 올리고, 수평으로는 방에 딸린 붙박이 수납 칸인 반침을 더해 생활 면적을 확보했다. 다만 골목과 맞닿는 북쪽에는 반침을 두지 않아 빛과 개방감을 살렸다. 필요한 면적을 쌓는 한편 곳곳을 비워 집 안에 여유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1층의 봉당과 2층의 누마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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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당은 기존 대문간이 있던 자리를 비워 만들었다. 본래 온돌이나 마루 없이 흙이나 강회로 바닥을 다진 곳을 이르는데, 이 집에서는 바깥과 집, 마당을 잇는 전이 공간이 된다. 골목에서 들어서면 봉당을 지나 마당과 거실로 이어진다. 여러 켜를 거쳐 실내에 이르는 동선이 작은 집에 깊이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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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옥의 대청과 부엌은 각각 거실과 주방으로 바뀌었다. 마당을 중심으로 햇빛이 집 안에 고르게 들도록 한 배치는 기존 한옥의 구성을 따랐다. 식탁은 대청 중앙에 두어 마당을 온전히 바라보게 했다. 담장 역시 안팎을 나누는 경계에 그치지 않고, 집 안에서 시선이 머무는 오브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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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은 두 층을 연결하면서 공간 활용을 고려해 원형으로 설계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집의 단면이 드러나고, 위쪽에서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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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전실과 안방, 누마루, 화장실과 샤워실로 구성된다. 누마루는 지면이나 방바닥보다 높게 띄워 만든 마루다. 두꺼비집은 1층 봉당에 해당하는 만큼의 공간을 2층에서 비워 한 평 남짓한 누마루를 들였다. 작은 공간이지만 집 안으로 빛과 풍경을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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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서까래를 그대로 드러내 개방감을 살렸다. 바닥은 공간의 성격에 따라 달리 마감했다. 전실과 화장실에는 석재를, 침실에는 한식 장판지를 깔고 누마루에는 전통 방식으로 짠 우물마루를 놓았다. 외장에 사용한 재료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맞추면서 한옥의 재료와 공간 구성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완결된 전통이 아닌 미완의 계보

넓은 마당과 긴 처마, 목조 구조와 하얀 벽.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한옥의 모습이다. 그러나 한옥이 늘 하나의 모습에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 도시의 주거 밀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건축 재료가 유통되면서 전통 목구조에 새로운 재료를 결합한 도시형 한옥이 등장했다. 좁게 나뉜 필지 위에 벽돌로 벽을 쌓고 유리문과 함석 차양을 단 집들이 들어섰고, 서촌 역시 이러한 한옥이 밀집했던 지역 중 하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후 개발 과정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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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집은 이렇게 변화해 온 도시형 한옥의 맥락을 오늘의 조건에서 이어가려는 시도다. 외벽에는 서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을 사용해 동네 풍경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쌓는 방식은 영국인 건축주를 고려해 영식쌓기를 택했다. 긴 면과 짧은 면이 한 켜씩 번갈아 드러나는 영국의 전통적인 벽돌 쌓기 방식이다. 처마와 맞닿는 부분에는 조선 후기 한옥의 벽돌 장식을 참고했고, 담장에는 무령왕릉의 벽돌 장식에서 착안한 요소를 더했다. 새로운 재료와 쌓기 방식에 전통의 장식을 결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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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태도는 집의 형식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설계팀은 처마가 짧아진 한옥과 2층 한옥을 비롯해 경복궁의 집옥재와 자경전, 번사창, 반계 윤웅렬 별서처럼 새로운 재료와 형식을 수용한 건축을 두루 참고했다. 2층 한옥은 건축주가 노말건축사사무소를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답을 들은 터였다. 설계팀은 관련 조례와 규정을 검토하고 기존 건축물의 배치를 최대한 따르는 방향으로 계획을 다듬었다. 첫 심의에서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두 번째 심의 끝에 건축심의와 허가, 건축자산전문위원회 심의를 모두 통과했다.

구조와 단열에는 현대 기술을 적용했다. 목구조를 바탕으로 내진 설계를 더하고 벽체와 지붕에 단열재를 넣었다. 창호는 한식 시스템 창호와 덧문을 함께 사용했다. 한옥은 춥고 덥다는 통념과 달리,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오늘날의 주거에 필요한 성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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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건축사사무소는 문화재로서의 한옥은 보존해야 하지만, 일상의 한옥은 사는 사람에 맞게 고쳐지고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 속에서 모습을 바꿔 온 한옥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꺼비집은 그 계보에 새로운 시간을 더한다. 한옥이 하룻밤 머물다 가는 스테이가 아니라, 매일 돌아와 사는 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통인동 두꺼비집

디자인 노말건축사사무소 / 온지음 집공방
책임 건축가 최민욱, 이복기, 조세연, 이은교 / 김봉렬, 박채원, 이재오, 이예은
위치 서울시 종로구
시공 새한티엠씨
구조 환 구조기술사사무소
기계 청림설비기술사사무소
전기·통신 천일엠이씨
사진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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