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공간, 전시를 넘나드는 더일마의 미학
파리 특별 전시부터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패션 브랜드 더일마(THEILMA)가 크로스비 스튜디오(Crosby Studios)와 다시 한번 만났다. 지난해 서촌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어 이번에는 파리에서 레더 컬렉션을 주제로 특별한 전시를 선보인 것. 여기에 최근 문을 연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미학을 확장해가는 더일마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패션 브랜드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옷뿐 아니라 공간과 가구, 전시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자신들이 추구하는 취향과 철학을 새로운 경험으로 풀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일마(THEILMA) 역시 공간을 통해 자신들만의 취향과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오래된 한옥과 골목길, 예술적 분위기가 남아 있는 서울 서촌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브랜드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선 곳은 건축가 조병수가 오래된 한옥과 양옥을 연결해 재생한 ‘막집’이다. 더일마는 이곳에 해리 누리에프(Harry Nuriev)가 이끄는 크로스비 스튜디오(Crosby Studios)와 함께 새로운 디자인을 더했다. 기존 건축의 흔적을 살리면서 오래된 의류로 만든 암체어,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활용한 조명 등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해석한 오브제를 배치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을 완성했다. 서로 다른 시대의 건축과 실험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지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학을 공간으로 풀어낸 것.


파리에서 다시 만난 크로스비 스튜디오

서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호흡을 맞췄던 크로스비 스튜디오와 이번에는 파리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10월 5일, 파리의 크로스비 스튜디오 갤러리에서 더일마의 레더 컬렉션을 주제로 한 특별 전시를 선보이며 협업을 이어갔다. 이번 만남에서 눈여겨볼 점은 레더라는 소재를 활용한 공간 연출이다.

크로스비 스튜디오는 복싱 링을 연상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 레더 샌드백과 글러브, 벨트 등을 설치했다. 그 주변에는 더일마의 다양한 레더 재킷을 배치해 복싱 경기장과 패션 전시가 결합된 독특한 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스포츠 용품과 의류를 한데 어우러지게 하면서 레더라는 소재가 지닌 다양한 질감과 조형적 매력을 보여준 점이 흥미롭다. 전시에서는 브랜의 과거 아카이브부터 현재와 앞으로 선보일 컬렉션까지 아우르며 브랜드가 발전시켜 온 레더 디자인의 흐름을 보여줬다. 관람객이 직접 옷을 입어보고 소재를 만질 수 있도록 구성해 레더 특유의 질감과 디테일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한편 더일마는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에서 열리는 ‘밋 유어 서울(MEET YOUR SEOUL)’ 팝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다섯 곳이 참여하는 이번 팝업은 오는 11월 27일까지 진행되며, 2026 F/W 컬렉션을 비롯해 크로스비 스튜디오 전시에서 소개한 일부 레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남 언덕 위에 문을 연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

파리에서 크로스비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이어간 더일마는 지난 10월 16일 서울 한남동에도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오래된 건축의 흔적과 실험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진 서촌 플래그십 스토어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한남의 조용한 언덕 위에 자리한 이곳은 커다란 창 너머로 주변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화이트 톤을 중심으로 꾸민 실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하면서도 간결하고 현대적인 인상을 준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의류와 함께 배치된 가구들이다. 이번 공간은 원오디너리맨션(One Ordinary Mansion)과 협업해 완성했으며, 이들이 직접 디자인한 가구와 유럽에서 들여온 빈티지 가구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중 윈도 쪽에 자리한 진열장과 데이베드는 독일에서 구한 빈티지 가구로, 원오디너리맨션의 큐레이션을 통해 공간에 놓였다. 조형적인 실루엣과 섬세한 비례가 돋보이면서도 과한 장식을 덜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가구들은 더일마의 옷이 지닌 실루엣과 디테일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1층에는 이번 공간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계산대도 자리하고 있다. 빈티지 가구와 현대적인 집기, 의류가 조화를 이루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학을 공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매장에서는 윈터 컬렉션을 비롯해 남성복 라인과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특별 제작한 익스클루시브 라인도 만나볼 수 있다. 서촌에서 시작해 파리와 한남으로 이어진 다양한 시도는 공간과 전시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취향과 미학을 드러내고 있다. 옷이라는 영역을 넘어 공간과 가구, 전시까지 자신들만의 디자인 언어를 넓혀가고 있는 더일마. 앞으로는 또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의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