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살로몬의 소재를 향한 끝없는 탐구, 택타일 모뉴먼츠

촉각을 일깨우는 첫 단독 가구 컬렉션

패션 하우스가 가구를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프랑스 패션 하우스 이브 살로몬(Yves Salomon)이 첫 단독 가구 컬렉션을 공개했다. 바위와 동굴을 닮은 독특한 형태에 부드러운 양가죽을 입힌 가구의 디자인 비하인드를 살펴보자.

이브 살로몬의 소재를 향한 끝없는 탐구, 택타일 모뉴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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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ves Salomon Éditions

옷과 가구는 생각보다 닮았다. 피부에 닿는 소재의 감촉, 몸을 감싸는 형태, 오래 사용할수록 깊어지는 애착까지. 한 세기 넘도록 양가죽 가공 기술로 명성을 쌓은 프랑스 패션 하우스 이브 살로몬(Yves Salomon)은 두 영역을 연결하는 공통 언어로 ‘촉감’을 선택했다. 2026 파리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한 첫 단독 가구 컬렉션 ‘택타일 모뉴먼츠(Tactile Monuments)’가 그 결과물이다.

​이번 컬렉션은 바위와 동굴에서 착안한 육중한 형태에 시어링 양가죽을 입힌 암체어와 소파, 오토만, 데이베드로 구성했다. 조각처럼 공간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으로 깊은 안락함을 선사한다. 패션에서 축적한 소재의 전문성을 독자적인 가구 디자인으로 확장한 이브 살로몬의 새로운 시도다.

이브 살로몬이 본격적으로 가구 디자인에 뛰어든 것은 2024년 무렵이다. 디자인 레이블 이브 살로몬 에디시옹(Yves Salomon Éditions)을 설립하고,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샤포(Pierre Chapo)의 대표작 다섯 점을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샤포의 견고한 원목 구조에 이브 살로몬의 정교한 가죽 가공 기술을 결합한 작업으로, 의자와 암체어, 스툴, 조명 등에 업사이클링 시어링 양가죽을 적용했다. 특히 색과 질감이 다른 가죽 조각을 이어 붙이는 인타르시아(Intarsia) 기법으로 기하학적 패턴을 구현해 원목 고유의 조형미를 살리면서도 풍부한 촉감과 시각적 리듬감을 더했다.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컬렉션은 2024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처음 공개했으며, 이후 파리 디자인 위크와 뉴욕 마겐 H 갤러리(Magen H Gallery)에서도 소개했다.

이후 피에르 마리(Pierre Marie), 디모레스튜디오(Dimorestudio) 등과 협업하며 소재의 활용 가능성을 넓혔다. 기존 협업이 외부 디자이너의 조형 언어에 브랜드의 소재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형태와 소재, 제작 방식까지 직접 구상하며 고유한 디자인 언어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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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ves Salomon Éd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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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ves Salomon Éditions

이번 컬렉션은 이브 살로몬의 아티스틱 디렉터 타마라 타이히만(Tamara Taichman)과 이브 살로몬 에디시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셀랭 부아예(Marcellin Boyer)가 공동으로 구상했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 자연의 힘으로 다듬어진 바위와 동굴에서 영감을 얻었다. “거대한 바위에서 일부를 덜어내 그 안에 공간을 만든 듯한 형태를 떠올렸어요.” 부아예의 설명처럼 가구마다 커다란 암석을 깎아낸 듯한 간결한 윤곽과 풍성한 볼륨이 돋보인다.

몸을 둥글게 감싸는 ‘올리브(Olive)’ 암체어는 작은 동굴에 들어선 듯한 아늑함을 선사한다. ‘듄(Dune)’ 소파의 경우,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넉넉한 좌석을 갖춰 여럿이 함께 앉기 좋으며, 같은 디자인의 오토만을 곁들이면 공간에 따라 다양한 구성을 연출할 수 있다. 또한, ‘모카(Moka)’ 데이베드는 양끝을 둥글게 감싼 형태로, 조각적인 아름다움과 편안한 휴식을 동시에 고려했다.

이번 컬렉션의 핵심 소재는 이브 살로몬을 상징하는 시어링 양가죽이다. 포근한 촉감과 풍성한 질감은 물론, 빛과 손길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표면의 특성까지 디자인에 반영했다. 제작 과정에서도 브랜드의 오랜 장인정신이 빛을 발한다. 파리 10구에 자리한 이브 살로몬의 공방에서는 숙련된 장인들이 가죽의 색과 결, 질감을 세심하게 살펴 선별하고, 가구의 곡면에 맞춰 재단한 조각들을 하나씩 이어 붙여 제작한다.

눈여겨볼 점은 이음새와 천연 소재 특유의 불규칙함을 감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가죽 조각이 만나는 경계와 미묘한 색상 차이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가구마다 고유한 표정을 부여한다. 균일한 패브릭에서는 찾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소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교한 수작업이 만나 이브 살로몬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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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ves Salomon Éditions

“우리는 보는 순간 손을 뻗어 만지고 싶어지는 가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가구와 맺는 감정적인 관계입니다.” 타이히만과 부아예는 이번 컬렉션 〈Tactile Monuments〉에서 가구와 사람 사이의 감각적 교감에 주목한다. 견고해 보이는 외형과 부드러운 촉감이 만들어내는 의외의 조화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 만지고 몸을 기대며 누리는 경험이라는 설명이다. 조각으로서의 존재감과 일상의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이브 살로몬이 이번 컬렉션을 통해 제안하는 새로운 럭셔리다.

글 길보경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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