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가 디자인하는 우주복
액시엄 스페이스X프라다의 우주복 개발
프라다가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와 공동 제작한 우주복을 지난 10월에 공개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임무에 활용될 이 우주복은 혁신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한동안 먼 우주 탐사에 집중했던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몇 년 동안 달 탐사에 다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앞으로 활발해질 우주 여행의 거점으로서 달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류 달 착륙 5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본격화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Artemis project’는 비행체의 성능 및 통신과 운항 시스템을 차례로 테스트했다. 이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여성과 유색인종을 포함한 4명의 인류를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를 따온 이유는 여성 우주인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딛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으로 유인 달 탐사를 할 때만 하더라도 우주 여행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국가 주도 사업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현재는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우주 관광을 위한 민간 기업의 투자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그래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캐나다, 호주, 아랍에미리트, 한국을 비롯한 47개 국가와 더불어 스페이스 X와 같은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프라다X액시엄 스페이스가 공개한 최신 우주복 디자인

이런 가운데 프라다 또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10월,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 Axiom Space와 협업 소식을 알렸던 이들은 올해 10월 16일에 공동 제작한 우주복, ‘AxEMU'(액시엄 선외용 이동 장치 Axiom Extravehicular Mobility Unit)의 최신 디자인을 공개했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임무에 활용될 이 우주복은 혁신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프라다와 우주 여행이라는 조합은 다소 의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프라다 그룹 마케팅 이사인 로렌조 베르텔리 Lorenzo Bertelli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설립자인 미우치아 프라다와 프라다 그룹 CEO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의 비전을 이어받아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프라다의 정신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한다.
프라다의 혁신적인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브랜드는 2000년 아메리카 컵 America’s Cup에 도전하는 루나 로사 Luna Rossa 요트 팀을 후원하며 첨단 기술에 디자인을 더했다. 이를 시작으로 프라다는 꾸준히 혁신 기술 개발과 더불어 이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런 흐름에 이어 액시엄 스페이스와의 협업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패션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또 다른 시도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베르텔리는 “고성능 소재, 기능 및 재봉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을 공유했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 탐구하고, 시야를 넓히고, 함께 새로운 시나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프라다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액시엄 스페이스는 2016년 NASA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 관리자 출신인 마이클 서프레디니 Michael T. Suffredini가 주도해 설립한 상업 우주 탐사 및 관련 기술 전문 기업이다. 서프레디니는 민간 우주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상업적 접근성을 통해 우주 탐사의 문을 넓히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런 목표에 따라 액시엄 스페이스는 민간인과 기업이 우주 탐사 및 연구를 보다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 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 Axiom Station’을 개발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우주의 번영하는 가정’이라는 슬로건 아래 우주 호텔 모듈 제작 및 민간 우주인 양성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보호 기능을 넘어서 우주복의 착용감과 성능까지!


프라다와의 협업은 이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AxEMU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액시엄 스페이스의 사장 매트 온들러 Matt Ondler는 “우리는 틀을 깼습니다.”라며 “액시엄 스페이스-프라다 파트너십을 통해 업계 간 협업의 새로운 기본 모델을 설정하고 상업적 공간에서 가능한 것을 더욱 확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액시엄 스페이스와 프라다는 우주복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우주복의 외층 소재를 세심하게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 척박한 우주 환경에서 우주복을 입은 이들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했다. 이런 결과로 탄생한 흰색 외층은 달의 고온을 반사하고, 극한 환경과 먼지로부터 우주인을 보호한다. 여기에 프라다의 혁신적인 기술력과 봉제 기법은 단순히 보호 기능을 넘어서 우주복의 착용감과 성능까지 높였다. 프라다의 이러한 시도는 패션 디자인이 단순히 외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기능성까지 갖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AxEMU는 이동성과 민첩성을 중심으로 설계된 혁신적인 관절 디자인이 내장되어 있어 우주인들이 달에서 쉽게 걷고, 지질 및 과학 작업을 수행하며, 우주 정거장에서의 활동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전성을 위해 다중 백업 시스템과 온보드 진단 시스템을 갖췄으며, 이산화탄소 제거 및 냉각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 생명 유지 시스템, 항법 장치 등을 통합해 과학적 탐사 능력도 높였다.
특별히 설계된 부츠 덕분에 하루에 최소 8시간 동안 우주 유영이 가능하며 특수 장갑으로 작업성도 향상되었다. 여기에 보다 나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헬멧과 바이저에 고급 코팅 기술이 적용되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맞는 사이즈를 설계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2년 동안 임무에 걸맞도록 테스트와 개선 작업을 진행한 덕분에, 반 세기 전 우주 비행사들이 입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 우주복이 탄생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우주복에 미적 감각이 녹아있는 점도 혁신적이다. 우주복과 휴대용 라이프 시스템 백팩에 흐르는 빨간 선은 전통적인 NASA 우주복을 기리며, 프라다의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 리네아 로사 Linea Rossa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연상케 한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 특유의 세련된 감각이 우주복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모습에서 우주복이 단순한 보호 장비를 넘어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AxEMU 프로젝트는 전통을 깬 협업이 상업 우주 탐사의 역량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새로운 우주복 설계를 위해 패션, 고성능 소재,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협력했고, 덕분에 뛰어난 성능과 탁월한 미적 감각이 포함된 우주복이 탄생했다. 첨단 기술과 미적 감각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완벽하게 조화시킨 우주복은 미래를 향한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까지 NASA, 스페이스 X, 액시엄 스페이스의 최첨단 시설에서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테스트를 진행한 AxEMU는 2025년에 최종 설계 검토 단계를 밟을 예정이다. 2026년 하반기에 아르테미스의 세 번째 임무가 시작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