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디자인] 고정관념을 깬 시계 디자인
시계에 시침과 분침이 없다면?

시간을 알아보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왔다. 고대의 사람들은 태양의 위치와 그림자의 길이를 보며 하루의 흐름을 가늠했고, 이후에는 막대를 세워 그림자의 방향과 길이를 읽는 해시계를 만들었다. 해가 지면 시간을 알 수 없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물의 흐름을 이용한 물시계가 등장했고, 중세에 들어서는 톱니와 추를 이용한 기계식 시계가 등장하며 시간을 더 일정하고 정확하게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기술적 변화를 거치며 시계는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정착했고, 오늘날에는 손목 위의 시계와 스마트폰 화면 속 숫자가 가장 익숙한 시계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을 표현하는 방식은 시침과 분침, 숫자보다 훨씬 다양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주 위클리 디자인에서는 시간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시계 디자인들을 모아보았다. 모두 ‘시계’라는 물리적 틀 안에 있지만, 익숙한 방식으로 시간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시계의 구조와 읽는 방식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했는지 함께 살펴보자.
빛으로 읽는 시간, 발뮤다 더 클락
시계의 필수 요소는 무엇일까. 모르긴 몰라도 시간을 알려주는 시침과 분침은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요소를 모두 제거한 시계가 등장했다. 발뮤다의 ‘더 클락’이다. 이러한 발상은 테라오 겐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숙면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잠들기 전 편안한 빗소리를 들려 주는 ‘개인적인 시계’를 떠올렸다. 이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자극 없이 시간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더해지며, 지금과 같은 빛 중심의 표현 방식이 정해졌다
시계 속에 담아낸 작은 우주, 밸 앤 로스 BR – 03
이 시계가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 알기 전까지는 장난감 혹은 디자인 소품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 시계는 프랑스의 명품 시계 브랜드 밸 앤 로스(Bell & Ross)의 BR-03 Astro라는 모델이다. 이 시계는 우주라는 주제를 시계 디자인에 담아낸 독특한 아이템이다. 시계의 플레이트 가운데 위치한 지구를 중심으로 옆의 달이 분을, 화성이 시간을 표시한다. 지구에 부착된 작은 위성은 초 단위로 공전해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다. 디자인적으로는 파란색 석영(Blue Aventurine) 만들어진 플레이트는 광활한 우주를 연상시키며 화성은 수공으로 정교하게 그려져 마치 진짜 화성 표면을 보는 듯하게 표현되어 있다. 달과 위성 또한 레이저 커팅을 이용해 세밀하고 자세하게 외형을 묘사했다.
시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 스피드 컨트롤 워치
플라스틱 프로덕트의 스피드 컨트롤 워치(SPEED CONTROL WATCH) 디자인은 처음 보면 어떻게 시간을 읽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다이얼에는 두 개의 시간이 겹쳐 있으며, 시침과 분침은 완전히 동일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 ‘–’, ‘←’ 기호에서 출발한 조형 언어로 구성됐고, 바늘은 하루 동안 겹치고 멀어지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이때 사용자는 익숙한 방법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 즉시 읽을 수 없으며, 약 60초간 바늘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한다. 그 후 어느 바늘이 움직였는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기반으로 시간을 추론하게 된다. 여기서 시간은 숫자가 아니라 관계적 정보가 된다. 바늘과 바늘 사이의 거리, 주변의 빛, 현재 상황을 함께 인지하면서 ‘지금’이라는 의미가 만들어진다.
시간을 만드는 사람들, ‘피플스 클락’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르텐 바스(Maarten Baas)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새로운 상설 설치 작업 ‘피플스 클락(The People’s Clock)’을 선보였다. 2016년 같은 공항에서 ‘리얼 타임(Real Time)’을 공개한 이후 약 10년 만의 복귀다. 공항 제1라운지에 설치된 이 작품은 가로·세로·높이 약 250cm의 큐브 구조로, 네 개의 스크린이 맞물려 하나의 시계 시스템을 이룬다. 전통적인 문자판이나 기계 장치는 배제하고, 12시간 길이의 영상을 루프 형식으로 재생한다. 영상 속 군중이 스스로 시침과 분침 역할을 수행하고, 초침은 한 명의 퍼포머가 구조의 외곽을 따라 끊임없이 달리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그 자체가 가시적인 협력과 반복으로 유지되는 집단 퍼포먼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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