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도시들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TOO HOT: Scorching Cities, New Ideas>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박물관에서 열세 개 유럽 도시의 사례를 통해 기후변화가 도시와 건축, 나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들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폭염과 가뭄, 홍수와 물 부족은 이미 도시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이 도시에서 발생하는 만큼, 도시 공간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장소이자 변화를 시작해야 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박물관(DAM) 〈TOO HOT: Scorching Cities, New Ideas〉(이하 〈TOO HOT〉)은 이러한 현실에서 출발한다. 열세 개 유럽 도시의 사례를 통해 기후변화가 도시와 건축, 나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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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ritz Bernoully

무엇보다 전시는 기후위기를 환경 담론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건강과 주거, 교통, 에너지, 사회적 불평등까지 포괄하는 문제로 바라보며, 도시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가 축적된 장소임을 강조한다. 폭염과 홍수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거주 환경과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 역시 전시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기후위기라는 하나의 문제, 서로 다른 열세 개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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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üstenschutz in Liepāja: 225 Meter langer Wellenbrecher aus mit Sand gefülltem Geotextil, Steinen und Betonblöcken © Liepaja municipality admini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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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iflächen-Photovoltaik, Kalamata © City of Kalamata

전시의 중심에는 핀란드 라펜란타(Lappeenranta)부터 그리스 칼라마타(Kalamata)까지 총 열세 개 도시가 자리한다. 북유럽과 지중해 지역을 아우르는 사례들은 서로 다른 기후와 역사, 사회적 조건 속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가 하나의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기보다 지역마다 축적된 환경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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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ustelle des Stadtentwicklungsgebiet Slakthusområdet in Stockholm. Hier wird mit elektrischen Baufahrzeugen gearbeitet. © Stockholms stad, 2025

핀란드 라펜란타는 재생에너지 기반 난방 시스템과 환경 교육을 결합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라트비아 리에파야(Liepāja)는 대중교통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이동 체계를 개편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화석연료 없는 건설 현장과 건설 폐기물 순환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으며, 폴란드 우치(Łódź)는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진 강을 다시 드러내고 녹지축을 연결함으로써 도시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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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ZJA, Revitalisierung der ehemaligen Scheibler-Fabrik in Łódź von medusa group, 2025 © Rafał Tomczyk

도시별 사례는 기후위기 대응이 단순히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각 도시의 역사와 환경, 정치적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획일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지역에 맞는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거리와 광장은 새로운 인프라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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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erirdischer Tunnel des Kopenhagener Regenwassersystems © Mads Eneqvist

전시가 주목하는 또 다른 지점은 공공 공간에 대한 재해석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거리와 광장은 단순한 이동 공간을 넘어 물을 저장하고 열을 식히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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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ate Resilient Block in Kopenhagen, Henning Larsen: die zusammengeschlossenen Innenhöfe von dreizehn Wohngebäuden bilden ein gemeinsames Regenwassermanagementsystem. © Rasmus Hjortshoj

덴마크 코펜하겐은 2011년 대규모 홍수 이후 스펀지 도시 개념을 도입해 공원과 광장을 빗물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평소에는 휴식과 여가를 위한 장소이지만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도시 전체를 보호하는 기반 시설로 작동한다. 바르셀로나는 슈퍼블록(Superilles)을 통해 자동차 중심의 도로를 시민들의 공간으로 되돌리고, 녹지축(Eixos Verds)을 조성해 도시의 열기를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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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afort Square in Barcelona, 08014 arquitectura: eine entsiegelte, begrünte Platzfläche im Eixample in Barcelona als Teil des Eixos-Verds-Netzes. © Pol Vilad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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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d’ombres, BATEC/Lacol: Schatten im öffentlichen Raum in Barcelona. © Ajuntament de Barcelona

파리는 지붕 녹화와 자동차 통행 제한 정책을 병행하는 한편, 센강 수질 개선 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다시 강에서 수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또한 폭염 기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냉방 공간을 제공하며 공공 인프라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거리와 광장, 강과 공원은 더 이상 단순한 도시 장식물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환경적 자산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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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estelle Bras Marie, Paris, 2025 © Jean-Baptiste Gurliat / Ville de Paris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과 공공의 역할

〈TOO HOT〉은 기술적 해결책만을 낙관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전시는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과 시민사회의 역할에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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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üngürtel zwischen Heddernheim und Ginnheim, 2019, Frankfurt am Main Green belt between Heddernheim and Ginnheim, 2019, Frankfurt am Main © Moritz Bernoully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녹지와 냉기 통로를 보존하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소개된다. 새로운 주택 공급과 자연환경 보전 사이의 긴장은 도시 개발이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대규모 공원 조성을 요구하는 시민 운동이 행정과 오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영국 토트네스에서는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에너지 전환과 돌봄 네트워크가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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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Block Geblergasse Wien – Staatspreis für Architektur und Nachhaltigkeit 2021_Architekt: Zeininger Architekten___©_KURT HOERBST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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Öffentliches und kollektives Entsiegeln und Begrünen des geforderten Westbahnparks in Wien am 14 Meter langen © Dominik Rosner, westbahnpark.live

그리스 칼라마타와 네덜란드 하우턴의 사례 역시 시민 참여와 공론화 과정을 중요하게 다룬다. 기후위기는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치와 공동체, 시민들의 선택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래 도시의 청사진보다 변화의 과정을 전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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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atewalks-Rucksack © Moritz Ermert

〈TOO HOT〉이 흥미로운 이유는 완성된 미래상을 제시하기보다 변화의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전시는 도시 사례와 함께 건강, 사회적 불평등, 자원 관리, 그린워싱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인터뷰를 병치하며 기후위기를 다층적으로 바라본다. 박물관 옥상의 풍향 장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빗물을 모으는 장치와 이동식 기후 측정 장비들은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 실험을 관람객이 직접 체감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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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colter) la pluie, Clémence Althabegoity, 2016 © Ronald Smits, Design Academy Eindhoven

전시의 마지막에는 “What’s next?”라는 질문이 남는다. 이는 어떤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가보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질문에 가깝다. 〈TOO HOT〉은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이미 유럽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실험과 논의를 통해, 도시의 미래가 기술뿐 아니라 시민과 공공의 선택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TOO HOT: Scorching Cities, New Ideas>

기간 2026년 6월 20일 – 2027년 2월 7일
주소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박물관
큐레이터 요나스 말찬(Jonas Malzahn), 카타리나 뵈트거(Katharina Böttger), 마티아스 슈넬(Mathias Schnell, studio central)
웹사이트 dam-onlin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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