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의 오늘과 내일 〈델타 어워드 2026〉

1961년의 이름을 다시 꺼내든 바르셀로나 디자인

1961년 시작된 스페인의 대표 산업디자인상 ‘델타 어워드’가 2026년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올해는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학생 프로젝트와 전시·출판 등 디자인 문화까지 하나의 체계로 아우르며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했다. 총 203개의 선정작을 통해 소재와 제작 방식, 지속가능성 등 오늘날 산업디자인이 고민하는 다양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산업디자인의 오늘과 내일 〈델타 어워드 2026〉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업디자인협회 에이디아이-파드(ADI-FAD)가 주관하는 ‘델타 어워드(Delta Awards)’가 2026년 다시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1961년 처음 시작된 델타 어워드는 스페인의 산업디자이너와 제조기업을 발굴하고 디자인의 사회적·산업적 가치를 알리는 대표적인 디자인상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후 여러 차례 ‘에이디아이 어워드(ADI Awards)’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던 상은 올해 제43회를 맞아 다시 델타라는 역사적 명칭을 전면에 내세웠다. 에이디아이-파드는 이번 명칭 변경을 통해 1961년부터 이어져 온 상의 역사와 유산을 다시 연결하는 동시에, 오늘날 디자인이 다루는 영역까지 하나의 틀 안에 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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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FAD

2026년 델타 어워드에는 총 422개 프로젝트가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203개 프로젝트가 최종 선정됐다. 선정작은 바르셀로나의 디자인 허브인 디자인 허브 바르셀로나(Disseny Hub Barcelona)에서 열리는 〈델타 어워드 2026: 산업디자인과 디자인 문화(Delta Awards 2026. Industrial Design and Design Culture)〉를 통해 공개된다. 전시는 7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이어진다. 전문 산업디자인뿐 아니라 학생 프로젝트와 디자인 문화에 관한 프로젝트까지 함께 소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가구와 조명, 욕실 및 주방 제품, 전자기기와 디지털 장치, 포장, 이동수단, 도시환경과 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번 회차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서로 다른 이름으로 운영돼 온 여러 프로그램이 ‘델타’라는 이름 아래 다시 묶였다는 점이다. 전문 디자이너와 기업을 위한 델타 어워드뿐 아니라 학생을 위한 델타 메달(Delta Medals), 디자인의 확장된 역할을 다루는 델타 문화상(Delta Culture Awards), 디자인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인물을 조명하는 델타 공로상(Delta Career Achievement)이 하나의 체계 안에 자리 잡았다. 따라서 2026년의 델타 어워드는 특정 제품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산업디자인상에 머무르기보다, 생산과 소비, 교육과 문화까지 디자인을 둘러싼 생태계 전체를 보여주는 플랫폼에 가까워졌다.

다시 ‘델타’라는 이름으로​

델타 어워드는 스페인의 산업디자인이 성장해온 과정을 함께 기록해온 상이다. 에이디아이-파드는 산업디자인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익명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제품의 최종 형태만이 아니라 사용자를 고려한 설계, 제조 과정, 창의성, 경쟁력, 그리고 기업이 디자인을 전략적 가치로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산업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 1961년 첫 시상 이후 델타 어워드가 스페인 디자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을 통해 디자이너의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디자인을 산업과 문화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인식시키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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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FAD

2026년의 명칭 복원은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라기보다 디자인의 범위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에 가깝다. 올해 전문 프로젝트 부문에서는 227개 출품작 가운데 160개가 선정됐다. 여기에 올해 새롭게 마련된 ‘디수에뇨(Disueño)’ 부문에서는 33개 출품작 가운데 12개가 선정됐다. 디수에뇨는 기존 산업디자인상의 범주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실험적인 프로젝트와 새로운 디자인적 접근을 포괄하며 산업디자인의 경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국제 심사위원단에는 스위스 디자인 스튜디오 빅-게임(BIG-GAME), 디자이너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데스(Michael Anastassiades), 이탈리아의 디자인 전문가 마리아 포로(Maria Porro), 스페인의 디자이너 로사리오 우르타도(Rosario Hurtado)가 참여했다.

​학생 디자이너를 위한 델타 메달 역시 올해 중요한 변화를 맞았다. 1976년 시작된 델타 메달은 올해 30회를 맞았으며, 50년의 역사를 지닌 프로그램으로 델타 어워드 체계 안에 공식적으로 통합됐다. 올해에는 104개 프로젝트가 출품돼 15개가 선정됐다. 학위·석사·대학원 과정의 졸업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는 델타 메달은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하고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역할을 해왔다. 심사에서는 창의적인 과정과 연구, 형태·기능·미학적 완성도뿐 아니라 환경적 적합성, 사회적 영향, 기술과 소재의 책임 있는 사용 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제품의 형태를 넘어, 생산과 사용을 바라보다

2026년 선정작을 살펴보면 델타 어워드가 생각하는 산업디자인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기·전자기기와 디지털 장치에서부터 식품 관련 디자인, 신체를 위한 제품, 야외·실내 가구, 조명, 포장, 이동수단까지 다양한 카테고리가 마련됐다. 전통적인 산업디자인의 영역에 속하는 제품뿐 아니라 소재와 제작방식, 사용 환경을 새롭게 제안하는 프로젝트도 폭넓게 포함됐다. 결국 올해 선정작에서 중요한 것은 형태의 새로움만이 아니다. 어떤 문제에서 출발했으며, 그것을 어떤 기술과 소재로 해결했는지, 제품이 실제 생활과 산업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구 분야에서는 안드레우 월드(Andreu World)의 ‘가제타 테이블(Garzetta Table)’과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Patricia Urquiola)가 디자인한 ‘볼레테 암체어(Bolete Armchair)’ 등이 선정됐다. 욕실 분야에서는 로카 디자인 센터(Roca Design Center)가 참여한 ‘인-워시 보레아(In-Wash Vorea)’와 ‘메리디안(Meridian)’이 이름을 올렸으며, 조명 분야에서는 마티아스 한(Mathias Hahn)의 ‘감보사(Gambosa)’와 안토니 아롤라(Antoni Arola)의 ‘시리오 파나 마요르(Cirio Pana Mayor)’ 등이 포함됐다. 서로 다른 제품군이지만 공통적으로 사용자의 생활환경과 제품의 기능을 밀접하게 연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소재와 제작방식 자체를 디자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프로젝트들은 현재 산업디자인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에스코펫(Escofet)의 ‘가타(Gata)’는 3D 프린팅 콘크리트를 활용한 도시용 좌석으로, 건축에 주로 사용되던 재료와 디지털 제작기술을 도시 가구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또 다양한 프로젝트에서는 재활용 소재와 생산 과정의 효율성, 제품의 수명과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접근이 나타난다. 이는 지속가능성을 별도의 장식적인 가치로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기획과 생산, 사용 단계에서부터 고려하는 최근 디자인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포장 디자인 역시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브루트(Brute)’, ‘코크콜(CorkCoal®)’, ‘에이트 앤 밥(Eight & Bob)’, ‘세레니티(Serenity)’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선정된 가운데, 포장은 단순히 상품을 보호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브랜드 경험과 소재의 효율성, 생산 방식까지 고려하는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산업디자인의 대상이 제품 하나에서 제품을 둘러싼 시스템으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세대와 디자인 문화

올해 델타 어워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학생과 디자인 문화 분야를 함께 조명한다는 점이다. 델타 메달 선정작 가운데에는 엘리사바(Elisava), 이에스디자인(Esdesign), 에이나(Eina), 바우(Bau), IED 쿤스탈 빌바오(IED Kunsthal Bilbao) 등 스페인의 여러 디자인 교육기관에서 나온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특히 애런 곤살로 구티에레스(Aaron Gonzalo Gutiérrez)의 ‘엑스플로러: 동식물 관찰 시스템(X-plorer: Sistema de observación de fauna y flora)’은 자연환경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제품 시스템을 통해 제품디자인이 인간의 일상적인 소비를 넘어 환경과의 관계를 매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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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lorer: Sistema de observación de fauna y flora ©IED KUNSTHAL Bilbao

디자인 문화 부문 역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총 60개 프로젝트가 출품됐고, 행사와 출판물 두 부문에서 16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선정작에는 디자인 전시와 비엔날레, 도시의 빛을 다루는 프로젝트, 디자인 연구와 출판물 등이 포함됐다. 예컨대 바르셀로나 디자인 허브(Disseny Hub Barcelona)의 ‘물의 가치: 관리와 사용을 위한 사물(El valor de l’aigua. Objectes per a la seva gestió i ús)’ 전시, 디자인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다룬 출판물, 디자인 연구와 비평을 위한 프로젝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디자인을 물리적인 제품의 생산에 한정하지 않고 연구와 전시, 출판, 교육과 담론 형성까지 확장된 문화적 실천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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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osició El valor de l’aigua. Objectes per a la seva gestió i ús ©Museu del Disseny – DHub Barcelona

결국 2026년 델타 어워드가 보여주는 것은 오래된 디자인상의 부활이라기보다, 그 이름에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는 과정이다. 1961년 산업화와 함께 출발한 델타 어워드는 이제 기술과 소재, 환경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새로운 조건 속에서 ‘좋은 디자인’의 기준을 다시 묻고 있다. 제품의 외형과 기능만으로 완성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생산되는지,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사용 이후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까지 디자인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디자인 허브에서 열리는 〈델타 어워드 2026: 산업디자인과 디자인 문화〉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 제품과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203개의 선정작은 서로 다른 문제에 서로 다른 해답을 제시하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이 놓여 있다. 산업디자인은 앞으로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낼 것인가.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소재, 산업과 생활을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것인가. 1961년의 이름을 다시 꺼내든 델타 어워드 2026은 과거의 유산을 복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유산 위에서 디자인의 다음 장(章)을 펼치고 있다.

​글 디자인프레스 해외통신원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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