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프리즈 서울 2026’과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①
국공립미술관부터 상업 갤러리까지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2026을 앞두고 서울의 주요 예술 거점마다 특별한 전시를 선보이는 중이다. 국공립 미술관의 기획전부터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개인전까지, 올가을 꼭 챙겨봐야 할 서울의 대표 전시를 소개한다.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2026 개막을 앞두고 서울 전역이 ‘아트 위크’의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페어가 열리는 코엑스를 중심으로 삼청, 한남, 청담, 성수 등 서울의 주요 예술 거점들 역시 굵직한 전시들을 일제히 선보이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국공립 기관의 굵직한 거장 조망전부터 주요 상업 갤러리의 글로벌 동시대 작가 개인전까지, 올해 9월 놓쳐서는 안 될 서울의 주요 전시를 소개한다.
개념미술의 선구자를 만나다,〈Sol LeWitt: Open Structure〉
장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기간 2026년 9월 1일 ~ 2027년 2월 28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개념미술의 선구자 솔 르윗(1928–2007)의 국내 첫 대규모 기획전 〈Sol LeWitt: Open Structure〉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초기 대표 구조물부터 후기 색채 작업에 이르기까지 월 드로잉, 조각, 회화, 사진, 아카이브 등 총 45점의 작품을 통해 아이디어가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총망라한다. 솔 르윗은 1960년대 뉴욕에서 작가의 주관적 표현이나 물질적 제작 행위를 앞세우던 기존 관습을 벗어나, “아이디어가 예술을 만드는 기계가 된다”라며 개념과 과정 중심의 미술을 정립한 거장이다. 선, 격자, 정육면체 등 기본적인 기하학적 규칙을 바탕으로 무한한 변주를 시도하며 현대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일본 도쿄도현대미술관(MOT)에서 출발한 순회전을 바탕으로 하되, 솔 르윗 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기존 구성을 한층 확장된 규모와 심도 있는 내용으로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벽면을 캔버스 삼아 기하학적 형태를 구축하는 13점의 초대형 ‘월 드로잉’은 국내 미술 전공자 23명으로 구성된 ‘APMA MAKERS’가 참여해 작가의 지시문(instruction)을 해석하며 현장에서 직접 구현해 냈다. 유한한 규칙 속에서 무한한 시각적 변주를 이끌어내는 솔 르윗 특유의 개념적 실천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으며, 개막 이후 작가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송은미술대상 25주년 기념, 〈송은 ×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
장소 송은
기간 2026년 8월 19일 ~ 10월 10일

송은에서는 송은미술대상 제정 25주년을 맞이해 언박싱 프로젝트(UBP)와 협업한 대규모 기획전 <송은 ×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이 열린다. 2001년 제정 이래 국내 젊은 작가들을 꾸준히 지원해 온 송은미술대상의 궤적을 돌아보는 자리로, 역대 수상 및 본선 진출 작가 179인이 총출동한다.



이번 전시는 거대한 설치물 중심의 스펙터클을 지양하고 작가 고유의 조형 언어에 집중하는 언박싱 프로젝트의 커미션 방식을 도입했다. 참여 작가 전원에게 25주년을 상징하는 25×25cm 합판 네 장이 든 박스를 전달해 신작을 의뢰했으며, 동일한 물리적 조건 아래서 출발한 회화·조각·영상·사운드 등 180여 점의 다채로운 변주를 한자리에서 펼쳐 보인다. 구나, 고요손, 이진주, 신민, 정희민 등 한국 동시대 미술계를 이끄는 주요 작가들의 치열한 조형 실험을 집약적으로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하 2층 수장고 벙커룸에서는 공간의 빛과 선을 미세하게 조율하는 작가 오종의 개인전 <가라앉음, 앉음>이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또한 9월 12일까지는 스위스 문호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무용과 타악 연주가 결합된 다원예술 프로젝트 〈MINOTAURUS〉도 펼쳐진다. 한편 프리즈 서울 기간인 9월 2일에는 ‘청담 나잇’을 맞아 오후 10시까지 야간 개장하므로 늦은 시간까지 여유롭게 관람해 보는 것도 좋겠다.
색채의 마법사,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기간 2026년 8월 6일 ~ 11월 8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이대원(1921–2005)의 약 70년에 이르는 화업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유화 12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 점을 아우르며, 그동안 ‘화단의 신사’이자 낙천적 기질로만 해석되던 특유의 명랑한 색채를 전통 공예와 동양화의 조형 원리를 깊이 연구하고 서양화로 변용한 독자적 회화 성취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총 4부로 나누어진 전시는 작가의 조형적 탐구와 생애의 궤적을 촘촘히 짚어낸다. 1부에서는 1930년대 학창 시절부터 유화와 염색공예를 병행하며 화가로 성장하던 시기를 조망하며, 스승 사토 구니오의 희귀 회화 ‘설정(雪庭)’과 초기작 ‘가을 산'(1938) 등을 선보인다. 앵포르멜의 유행 속에서도 한국적 조형 언어를 모색한 2부에서는 작가가 운영했던 반도화랑 아카이브와 함께 소장했던 자수·나전칠기·목가구 등 전통 공예품을 회화와 나란히 배치해 공예적 질서가 화면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파주 농원 작업실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전통 준법과 태점을 유화의 붓질로 변용해 ‘풍경에서 다시 산수로’ 나아간 독창적인 색점·색선의 원숙기를 다룬다. 마지막 4부에서는 가로 5m가 넘는 대작 ‘담'(1986), ‘인왕산'(2000), ‘도리화'(2001) 등 평생 축적한 색과 빛의 언어가 만개한 말년의 대형 회화를 집중 소개한다. 특히 바닥의 반사면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 연출을 통해 관람객이 마치 캔버스 속 농원에 둘러싸인 듯한 깊은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간 단편적으로만 소비되던 이대원의 미술사적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1930년대 초기작부터 미공개작, 대작을 아우르며 그의 70년 화업을 총체적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의미를 지닌다. 특히 서양의 점묘법과는 궤를 달리하며 한국 전통 공예의 색과 빛, 동양화의 운필법을 유화의 물성으로 체화해 낸 작가 특유의 조형적 독창성을 학술적·시각적으로 입증해 낸다. 회화뿐만 아니라 반도화랑 운영과 교육, 문화외교를 넘나들며 한국 근현대미술의 기틀을 닦았던 문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해, 한국 현대회화의 중요한 성취를 다각도로 재발견하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