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음식이 하나가 되는 부다페스트의 파인 다이닝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미쉐린 레스토랑의 새로운 실험

미쉐린 2스타와 미쉐린 그린스타를 동시에 보유한 헝가리 레스토랑 오닉스 에테르(ONYX ÆTHER). 예술·과학·지속 가능한 미식을 하나로 엮는 파인 다이닝 경험을 선보인다.

공간과 음식이 하나가 되는 부다페스트의 파인 다이닝

헝가리 파인다이닝의 재탄생

오닉스(Onyx)는 헝가리 파인다이닝의 상징이었다. 2007년 부다페스트 게르보 하우스(Gerbeaud House)에 문을 연 이래 중앙 유럽 유일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해온 오닉스는 2020년 스스로 문을 닫았다. 폐막 이벤트로 손님들이 직접 망치와 끌로 기존 인테리어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오닉스가 스스로 선택한 이 결말은 4년간의 실험과 진화를 예고하는 선언이었다. 그 결과물이 2024년 탄생한 오닉스 에테르(ONYX ÆTHER)다. 미쉐린 2스타와 미쉐린 그린스타(지속가능성)를 동시에 보유한 이 레스토랑은 예술·과학·지속 가능한 미식을 하나로 엮는 새로운 파인 다이닝 경험을 선보이며 Dezeen Awards 레스토랑 인테리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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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ti Varga

지속가능성을 공간으로 풀어내다

URBA의 인테리어

오닉스 에테르의 설계는 부다페스트와 빈에 거점을 둔 건축·인테리어 스튜디오 URBA가 맡았다. 마르톤 렝옐(Márton Lengyel)과 리타 비즈켈레티(Rita Vízkelety)가 설립한 URBA는 주거, 호스피탈리티, 리테일 분야를 아우르며 성장해온 스튜디오로, 헝가리 패션 브랜드 나누슈카(Nanushka) 플래그십 스토어, 부다페스트 레스토랑 보르제(Börze), 오닉스 레스토랑 초기 인테리어 등을 작업해왔다.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맞춤 제작 요소와 엄선한 오브젝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깔끔하고 현대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스튜디오의 핵심 철학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URBA는 오닉스 팀의 아트·전략 디렉터 고그 안젤라(Góg Angéla), 페케테 마르첼(Fekete Marcell)과 긴밀히 협력했다. 레스토랑 브랜드가 미쉐린 그린스타를 통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철학이 인테리어 설계의 출발점이 됐으며, 재생 소재와 지역 폐기물을 활용하는 방식이 공간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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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ti Varga

음식의 서사를 공간으로

이체크(EJTECH)와의 협업

이 공간의 중심을 완성한 것은 아티스트 듀오 이체크(EJTECH)와의 협업이었다. 후디트 에스테르 카르파티(Judit Eszter Kárpáti)와 에스테반 데 라 토레(Esteban de la Torre)로 이루어진 이체크는 섬유·빛·소리·움직임을 결합한 퍼포머티브 설치 작업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아온 스튜디오다. 디올(DIOR)과의 협업,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의상 전자 회로 작업, 재팬 미디어 아츠 페스티벌 및 밀라노 디자인 위크 참가까지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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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ti Varga

오닉스 에테르에서 이체크가 제작한 것은 소프트 모놀리스(soft monolith)이다. 6개의 모터로 구동되는 이 섬유 설치 작품은 저녁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천천히 형태를 바꾸며 공간의 분위기를 조율한다. 오닉스 에테르의 11코스 메뉴는 최초의 레스토랑 등장부터 산업혁명, 페트리 접시에서 배양된 고기, 화성 농업 식재료, 버섯의 비인간 지성에서 영감받은 요리까지 1700년대부터 3016년까지 시간을 가로지르는 여정이다. 코스가 한 단계씩 전개될수록 소프트 모놀리스가 펼쳐지고 접히며 메뉴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가 하나로 이어진다. 음식과 공간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 방식에서, 이체크의 아트워크는 배경이 아니라 저녁 식사의 일부가 된다.

폐기물로 만든 독특한 가구들

128㎡의 공간 중심에는 바닥 높이를 낮춰 만든 아늑한 테이블 구역이 자리하며, 긴 공용 테이블이 그 중심을 잡는다.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테이블에 배치된 좌석은 멀티펠트 울 공장(Multifelt Wool Mill)에서 나온 잉여 양모펠트를 비아플란트(Viaplant)의 천연 수지와 혼합해 굳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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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ti Varga

이 소재는 기계로 압축되어 불규칙한 질감과 두툼한 단면이 특징이며, 마치 지층의 퇴적을 연상시킨다. 공간을 나누는 칸막이와 테이블은 전선 폐기물과 벽체 골조 등 건설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녹인 재생 알루미늄을 모래 바닥에 틀 없이 부어 만들었다. 고르지 않은 표면과 불규칙한 형태가 소재가 어디서 왔는지를 그대로 드러내며 공간에 생동감을 더한다. 조명은 루모 콘셉트(LUMO Concept)가 설계했으며, 천장과 벽은 건물이 쌓아온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내도록 원형을 보존했다. 소재 하나하나가 버려질 뻔한 것들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공간 전체에 묵직한 서사를 더한다.

지속 가능한 미식의 철학이 재생 소재로 만든 인테리어로 이어지고, 메뉴의 서사가 움직이는 아트워크와 함께 공간 전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하는 오닉스 에테르는 레스토랑의 가능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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