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작은 감정 회복, 리프레시 전시 5
6월, 전시로 리셋하는 시간
어느덧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리프레시가 필요한 시점. 멀리 떠나지 못한다면 6월에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에 주목해 보길.

Curation. 귀여움과 일탈 사이, 요즘 힐링 방식
요즘 힐링은 크지 않다. 거창한 계획이나 대상 또한 필요하지 않다. 그저 핸드폰을 들여보다가 마음이 끌리는 사진 한 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감 하나에 마음이 풀린다. 지금의 힐링은 작고 가볍게 시작하는 법. 일상 속 일탈을 위한 당일치기 소도시 여행이든지 귀여운 캐릭터 굿즈나 이상한 이미지에 열광하는 모습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힌 이유다. 컬러, 여행, 기억, 위트를 매개로 ‘작은 회복’을 제안하는 6월의 전시를 모았다.
그림책 너머 얼굴의 숲에서
<Who’s There 보이지 않는 너머>
알부스 갤러리, 2025.05.27 – 2025.07.13




국내 최초의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갤러리인 ‘알부스 갤러리’에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키티 크라우더Kitty Crowther의 개인전 <Who’s There 보이지 않는 너머>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키티 크라우더의 원화 전시로, 작가가 오랜 시간 구축해온 그림책 세계부터 팬데믹 이후 새롭게 확장된 컨템포러리 연작 ‘Faces’ 작품들까지 폭넓게 아우를 예정. 키티 크라우더는 2010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LMA) 수상자로 선정되어 현대 그림책 대가로 자리매김한 아티스트다. 죽음, 상실, 차별과 같은 주제를 특유의 유머와 따뜻함으로 풀어내는 것이 작품의 특징. 색연필, 연필 등 단순한 재료만으로 생동감 넘치는 선과 섬세한 감정 표현을 통해 인간 내면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6권의 그림책 원화와 모노타입 신작을 포함한 1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그녀가 서울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을 기념하여 갤러리에 작업한 월 페인팅도 놓치지 말 것.
<Who’s There 보이지 않는 너머> 작가 키티 크라우더 기간 2025.05.27 – 2025.07.13 장소 알부스 갤러리(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28길 26)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익숙한 일상의 낯선 감도
<요시고 사진전 2: 끝나지 않은 여행>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2025.06.06 – 2025.12.07





스페인 출신 사진 작가, 요시고 Yosigo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상의 풍경을 따뜻한 색감과 감성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요시고가 서울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그의 신작과 미공개작을 포함해 3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 특히 신작에는 한국과 일본의 풍경이 포함되어 기대를 모은다. 요시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아시아의 장면들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또 다른 낯선 경험을 선사할 듯. 그의 작품 특징은 사물과 공간, 빛과 그림자를 통해 ‘비어 있음의 감정’을 포착해 낸다는 점이다. 대표작을 살펴보면 익숙한 여가 공간에 사람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 사람은 없는 것이 그 이유. 여기에 균형 잡힌 구도와 평평한 시선, 파스텔톤의 미묘한 온도가 그 감정을 압축한다.
<요시고 사진전 2: 끝나지 않은 여행> 작가 요시고 Yosigo 기간 2025.06.06 – 2025.12.07 장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서울 중구 세종대로 14, 그랜드센트럴 3F) 웹사이트 |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핑크 팬더는 지금 예술 중
캐서린 번하드 회고전 <Some of All My Work>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25.06.06 – 2025.09.28



© Katherine Bernhardt, 한가람미술관

© Katherine Bernhardt, 한가람미술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미국 현대미술가 캐서린 번하드Katherine Bernhardt의 대규모 회고전 <Some of All My Work>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번하드의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회고전으로 약 140점의 회화,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이목을 끈다. 캐서린 번하드는 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특히 대중문화 아이콘과 일상 사물을 대담한 색채와 자유로운 붓질로 표현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초반의 ‘슈퍼모델 시리즈’부터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신작까지 포함되었다고. 핑크 팬더, 쿠키 몬스터, 가필드 등 캐릭터를 활용한 대표 작품들은 물론 6미터 크기의 대형 회화 작품도 볼 수 있다. 전시는 작가의 예술 여정을 따라 5개의 주제로 구성했으며, 그녀의 미국 세인트루이스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마지막 세션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Some of All My Work> 작가 캐서린 번하드Katherine Bernhardt 기간 2025.06.06 – 2025.09.28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 6전시실 웹사이트 | 예약하기 |
팝아트의 언어, 색채와 환상의 충돌
케이이치 타나아미 <I’M THE ORIGIN>
대림미술관, 2024.12.14 – 2025.06.29



일본 팝아트의 개척자이자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애니메이션,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케이이치 타나아미Keiichi Tanaami의 대규모 회고전 <I’M THE ORIGIN>이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팝아트의 언어로 환각과 기억, 대중문화와 전쟁의 잔재를 풀어낸 그의 작품들을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하나의 시각적 세계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한다. 케이이치 타나아미가 수십 년간 집요하게 탐구한 것은 바로 ‘무의식의 이미지’. 반복되는 패턴, 대담한 색채, 만화적 상상력, 왜곡된 인체와 상징들을 그의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대표작 ‘NO MORE WAR’ 시리즈부터 팬데믹 시기 신작까지 700여 점의 작품으로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관을 전한다. 전시 구성은 작가의 시기별 변화를 따라가며 그의 내면을 다각도로 마주하게 되는데, 타나아미 스타일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TANAAMI’S UNIVERSE’ 세션은 주요 관람 포인트. 전시는 6월 29일까지이니 서두르자.
<I’M THE ORIGIN> 작가 케이이치 타나아미Keiichi Tanaami 기간 2024.12.14 – 2025.06.29 장소 대림미술관(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길 21) 웹사이트 |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본 도시
사진작가 이경준 개인전 <One Step Away>
KT&G 상상마당 부산 갤러리, 2025.06.05 – 2025.10.31





사진작가 이경준의 개인전이 부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서울 전시에 이은 두 번째 순회 전시로 도시의 찰나를 포착한 사진 60여 점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부산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어 지역적인 감성을 더한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이경준은 도시의 구조, 빛,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포착해 일상의 감각을 시적으로 기록해 온 작가. 그의 작품은 정제된 구도와 부드러운 자연광을 통해 도시의 속도, 여백 사이의 균형을 잡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4개의 챕터로 구성했다. ‘Paused Moments’에서는 일상의 정지된 순간들을 ‘Mind Rewind’는 도시 구조와 인간의 패턴을 재해석한다. ‘Rest Stop’에서는 공원이나 일상의 여백을 통해 휴식의 감각을 제안하며 마지막 챕터 ‘Playback’은 관람객이 자신의 고민을 파쇄기에 넣는 참여형 설치로 마무리된다.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 도시의 낯선 고요함을 통해 힐링을 찾는 것도 방법일 듯.